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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가 무섭다.
내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세상이 모두 흰색일까 봐.
2024. 7. 31.
20대 때의 교통사고로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저에게 이 소설의 시작은 공포나 다름없었습니다. 눈을 감고 여러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가 새벽녘에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사람에게 눈이 얼마나 소중한 기관인지 경험으로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모든 것을 갖추고 있을 때는 부족함을 머리로는 알고 있으나 '진짜' 알지 못합니다. 저도 그랬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그랬습니다. 사회적인 지위, 외모 등이 필요 없었습니다. 오직 본능에 의해서만 생각하고 움직이게 되는 인간의 모습이 글의 처음부터 끝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그들은 시력을 잃고 난 후에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오직 한 사람, 실명이 아님에도 실명이 된 남편과 함께 정신병원에 격리되는 의사의 아내는 눈먼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지켜보며 눈의 소중함과 더불어 인간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도 알게 됩니다. 그녀는 여러 군산들의 다양한 행태를 목격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노력합니다. 또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늘 생각하며 자신이 속한 그룹 내의 사람들이 인간성을 잃지 않고 유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중심인물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인간의 여러 감정들이 스토리에 녹아 있어서 읽는 내내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공포, 패닉, 분노, 후회, 허무, 책임, 사랑, 이해, 체념 등의 감정들을 눈이 먼 사람들의 상황과 더불어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자세하게 표현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어떤 이유가 있어 남들보다 더 응집력이 강한 집단을 제외한 일반적인 집단들은 하루를 지내는 동안에 접착력이 강해지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한다. 늘 혼자 따로 덜어져 길을 잃는 사람이 생긴다. 또 늘 인력에 의해 뒤따라 붙는 사람이 생긴다. 그런 사람은 손에 뭘 들고 있느냐에 따라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
...
노파는 기뻐해야 마땅하다. 이제 닭과 토끼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 갖지 않아도 되니까. 그녀는 기뻐해야 마땅한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그녀의 멀어버린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처음으로 그녀는 자신이 계속 살고 싶은 이유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러나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답이 필요하다고 해서 꼭 나타나는 것은 아니니까. 유일한 답은 기다려보는 것일 경우가 많다.
표현 방식에 있어 독특한 점은 큰 따옴표를 이용한 대화형이 아닌 서술형으로 된 줄글이라는 점입니다. 대화체 문장으로 이 작품을 썼다면 책의 두께가 몇 배는 되었을 것입니다. 대화체에 익숙했던 저는 약간 혼란스럽기도 하였지만 대화체에 비해 시간을 절약해 읽을 수 있었다는 좋은 점도 있었습니다.
한 운전자가 신호 대기 중에 시력을 잃으면서 시작되고 이 운전자를 진료한 의사의 아내가 시력을 잃으면서 끝나는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저는 이 작품을 읽을 때 개인적인 경험이 더해져서인지 한쪽 눈은 잃었으나 인간을 보는 또 다른 눈이 생긴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의 보이지 않는 특성을 인식하고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던 2박 3일이었습니다. 사라마구의 눈뜬 자들의 도시도 읽어봐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고 보니
나는 눈먼 자였다.
2024.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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